감독/사울 딥(2015)
출연/미셸 윌리엄스(루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브루노),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안젤리어)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
때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뷔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주인공 루실은 3년 전 가스통과 결혼 후 시어머니 안젤리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소작농을 부릴 정도로 부잣집이었던 안젤리어는 루실의 아버지가 망하면서 자신의 아들과 결혼했다는 생각에 며느리 루실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게다가 그녀는 3년 후 가스통이 전쟁으로 참전하게 되자 점점 더 루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루실의 유일한 낙은 음악을 좋아해 종종 피아노를 치며 위안을 갖는 것인데, 가스통이 전쟁에 나간 후로 안젤리어는 피아노 치는 것 마저 금지했습니다. 전쟁통이었어도 안젤리어는 악착같이 소작농들에게 세를 받으러 다녔는데, 그때마다 루실과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루실은 어머니와 함께 동행은 했지만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안젤리어와 루실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군은 파리의 외곽을 공격하고, 사람들은 피난길에 올라 뷔시까지 이르게 됩니다. 독일군도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 도착하죠. 독일군은 괜찮은 집 몇몇을 골라 자신들의 숙소로 정하고 마을 사람들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대하며 권력을 휘두릅니다. 루실의 집에도 브루노 중위가 머무르게 됩니다. 강한 시어머니 아래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살고 있는 루실은 독일군까지 집으로 쳐들어오니 막막하기 그지없었지만 애써 가스통을 생각하며 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독일군이었지만 친절하고 정중하게 침실, 책상 그리고 피아노를 사용하겠다는 부탁을 합니다. 원래 작곡을 하던 사람이었던 브루노는 집으로 돌아오면 피아노 연주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요, 매일 부르노의 연주를 들으면서 루실은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됩니다. 브루노 또한 삭막한 전쟁통에서 루실을 보며 안정감을 가지며 희망을 보게 됩니다. 이렇듯 두 사람은 감정은 표현하지 못했지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은근한 긴장감이 밀려드는 영화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루실의 친구인 마들렌의 집에서 남편 브누아가 쏜 총에 독일군 장교가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독일군이 자신의 아내인 마들렌을 추행하려 하자 화가 난 브누아가 독일군에게 총을 쏜 것입니다. 겁이 난 마들렌은 루실을 찾아가 자신의 남편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브누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독일군으로부터 브누아는 안전한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날 시어머니인 안젤리어의 눈을 피해 브루노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던 루실은 자신의 입장을 인식하고 친구 마들렌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이 둘은 음악으로 하나 되고 대화로 마음을 나눈 사이었지만 루실은 프랑스인, 브루노는 적군인 독일 사람으로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던 것입니다.
자신의 집에 독일군이 찾고 있는 브누아를 숨겨주는 것이 여간 탐탁지 않았던 안젤리어는 자기 아들의 옷을 입은 브누아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독일군으로부터 보호해주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브누아가 독일군에게 들키는 일은 시간문제였고 결국엔 자신의 동지들이 있는 파리로 도망가기로 결정한 브누아는 루실에게 통행증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통행증을 구한 루실은 브누아와 함께 동행하기로 하는데요, 통행증에는 이 여자의 차를 조사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를 발견한 브루노는 도와주러 급히 루실이 간 길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이미 브누아는 독일군을 쏘고 자신도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결국엔 브루노는 루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세상에 알릴 수 없고 자신들만이 조용하게 숨겨왔던 사랑이 끝나버리고 맙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적군과 집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감시당하는 상황의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로맨스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 안에서 세상의 시선과 시어머니의 눈을 피해 루실과 브루노가 나누는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면서도 마음을 졸이면서 지켜보게 됩니다.
소설 원작 '프랑스 조곡'
스윗 프랑세즈의 '스윗'이 로맨스 영화라 당연히 'sweet'인 줄 알았는데 모음곡이라는 뜻의 'suit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조곡'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고 소설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쓴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동시대인 2차 세계대전 때 쓰여지고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후에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유대인이었고 그의 딸이 유품에서 원고를 발견한 후에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작가가 쓴 실제 원고를 보여줍니다.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야기 이런 시대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모든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더티댄싱, 지금 봐도 화려한 춤과 음악의 향연 (0) | 2022.09.04 |
---|---|
노팅힐, 지금봐도 사랑스러운 로맨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영화 (0) | 2022.09.04 |
영화 나를 찾아줘, 우리 부부의 싸움을 세상이 모두 알게하라 (0) | 2022.09.04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현재에 집중하고 사랑하라 (0) | 2022.09.03 |
비커밍 제인, 제인 오스틴 되기 원작 영화 (0) | 2022.09.03 |
댓글